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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28

Grumble 2009. 10. 28. 18:30

 






 그런 기분이 든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아무 생각 없이 다이어리를 넘겨 보다가 남은 칸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달았을 때였을까, 아니면 친구들과 아무 의미 없이 했던 말들 가운데 하나였던 ‘좀 있으면 우리도 나이 앞에 2 달겠네.’ 라는 말을 새삼 되새겼을 때였을까. 목전에 수능이라는 가장 큰 과제를 두고 있음에도 나는 뭔가가 계속 거슬렸다. 그게 공부 때문이 아니라는 건 내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거라면, 이렇게 뱃속이 텅 빈 것 같은 느낌은 들지 않겠지.

 그 기분은 매번 찬바람과 함께 찾아오곤 했었지만 이번처럼 나를 짓누를 정도는 아니었다. 내 뱃속에 들어앉은 어떤 진공이 나를 그대로 집어삼키는 듯한 느낌.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이 매우 불쾌했다. 곧 끝날 거라는 사실이 홀가분한 게 아니라 매우 기분이 나쁘고, 나를 허전하게 만들었다.



 해 보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다. 아마 그런 생각을 잠시 했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원한 건 더 나은 성적이 아닌 다른 것들이었던 것 같다. 확신은 할 수 없다. 아마 내가 지금 해보지 못했다고 억울해 하는 것들을 쫓았다면 나중에 가서는 공부 좀 할걸,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는 거니까. 그래, 결국 나는 치열하지 못했음이 싫었던 건지도 모른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적당함이 짜증났던 거다. 뭘 해도 후회는 없었어야 했는데. 하지만 이것도 확신은 없다.

 만약에, 만약에. 그런 말들이 아무 소용이 없음을 알면서도 계속 곱씹어 보게 되는 건 왜일까. 만약에 내가 그 때 막연한 거부감으로 누군가를 밀어내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내가 조금만 더 용기를 내서 원하는 바를 미리 이야기했더라면, 만약에 내가-. 나는 정말 후회없는 선택을 해 왔나? 내가 정말 이걸 원한다고 생각하고 주저없이, 선택 했던 걸까?

 지금 이러는 걸 보면- 아마 그도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중요한 건 내가 ‘학창시절’이나 혹은 ‘10대’라는 카테고리에 속해있는 어떤 것에 대해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 나는 한없이 억울하고, 억울하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끝나버린다는게 너무너무 억울해서 미칠 것 같다. 이대로 대입에 매달려 12월이 지나가고 졸업해 버리고 나면 누릴 수 없는 그 나름의 어떤 것을 누리지 못했던 것들이 너무나 억울해 미쳐버릴 것 같다. 해보고 싶었던 것들이 너무 많았다. 지레 포기해 버린 것, 할 수 없었던 것, 하지 않았던 것, 해선 안된다고 했던 것들.

 결국 나는 하지 않은 거니까. 근데 나는 그 모든 걸 해보고 싶었다.






 가끔은, 그냥 내가 바보 천치였으면 좋겠다.

이것도 결국은 투정일 뿐이라는 걸 내 스스로가 알지 못했으면, 좋겠다.

 

Posted by 달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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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체적 난국이다. 한 방향으로만 풀어 나갈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니 정말, 힘빠진단 소리밖엔 안나온다. 전문적 지식을 요하는 문제에 대한 논의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공신력 있는 정보이다. 평소에 언론따위 믿을 게 못 된다고 궁시렁거리던 사람도 자신이 필요하면 끌어다 쓰는게 '언론에서 어느 전문가가 뭐라고 했다' 라는 한 줄이다. 지금 GD 와 YG측에는 그런 공신력 있는 '중립적 타인'에 의한 한 마디가 하나도 없다. 너무나 뜨거운 감자인 탓이다. 따라서 팬들의 무조건 우기기식, 혹은 내가 아는 어떤 전문가가- 또는 내가 음악을 해서 좀 아는데. 라는 말은 힘이 달릴 수 밖에 없다. 어쨌던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언론에 나오는 전문가'>'일반 전문가' 이니까. 나름 그 분야에서 저명한 사람이니까 가서 자문을 구했으리란 당연한 생각의 결과다. 지금 상황에서는 자기변호는 아무 소용이 없다.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를 말해보자면 저작권 판단을 의뢰받은 쪽에서 표절이 아니란 답신과 함께 '이런 곡을 표절이라고 말하다니 그 나라의 수준의 의심된다' 라는 말을 같이 보내 주는 것 정도? 그렇게 되면 상황이 정말 웃기게 돌아가긴 하겠지만 그것만큼 깨끗하게 해결되는 것도 없다.
 하지만 그런 희망은. 애초에 갖지 않는 게 낫겠지.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내 짧은 지식이지만, 보통 토론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논술에서도 그렇고) 개념의 정의다. 서로 논의점 자체가 달라지게 되니까. A를 두고 ㄱ 라고 하는 사람과 ㄴ 이라고 하는 사람이 제대로 된 논의를 할 수 있을리가 없다. 공리 위에서 논의를 해야 하는데 애초에 다른 차원에서 서로를 때리려고 해 봤자 닿지도 않는 거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표절에 대한 개념정의. 자, 이제 길 가는 사람 한명을 붙잡고 표절의 정의가 뭐냐고 물어봐 보자. 십중팔구는 '들려서 비슷하면 표절이다' 라고 말한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들릴 때 비슷함 표절이지 뭐 더 있냐는 거다.
 그래서 반박으로 들려서 비슷하다고 표절이 아니라고 하면서 하나하나 곡을 분석하면 이젠 어떤 병신이 그걸 똑같이 만들어 놓겠느냐고 말한다. 표절이 아니게 만드려고 음 한두개 바꾸는 게 뭐 그리 어렵나는 식이다. 곡의 진행 전체를 얘기하면 어쨌던 저 부분은 비슷한 거 맞지 않냐고 말한다. 이런 식이다.
 아무도 표절이 어떤 것이라고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은데 정리가 되지를 않는구나. 결국 나는 짖을 뿐이지. 멍멍.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이 문제에는 단순히 곡의 표절 가부만 연관되어 있는 게 아니라는 거다. 여태까지 YG가 쌓아온 과오와 팬덤의 오만. 흥밋거리와 기사거리를 찾아 개떼처럼 몰려드는 언론과 너무나도 쉽게 떡밥을 물고 작두 타는 대중들. 뭘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답이 안보인다.
 



 



 
Posted by 달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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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umble 2009. 9. 9. 18:07



언제나 소문은 변질되고 와전된다.
박재범이 대체 얼마나 잘못 말한건가 싶어서 그 글을 찾아봤다. 번역본 치우고 내가 해석해가면서 읽었다. 번역본이라는 게 번역한 사람의 의도에 따라서 얼마나 이용될 수 있는 것인지 알고 있으니까. 나중에 내가 해석한 거랑-나 그래도 영어 아주 병신은 아니다- 비교해 보니 되도록 악의적으로 해석했더라. 할말이 없고.


 그저 적응하기 힘든 한국 생활에 대한 푸념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국에 적응하기 힘들어. 그정도? 나라도 외국에 갑자기 던져져서 '상업적인 무언가'를 위해서 애써야 한다면 그런 생각이 당연히 들 거다. 그건 지금 외국에 있는 누구라도 실감할 수 있는 말이라고 본다. 단지 그것 뿐이었다. 그리고 그 글 이후에, 2007년자 글이었나? 그 글에는 이젠 한국에 정이 많이 들었다, 떠나기 싫다- 라는 글 역시도 남아 있다.


 과연 이 사람이 그렇게 뭇매를 얻어맞아 가면서 외국으로 쫓겨가듯 떠나야만 하는 사람이었나?


 애초에 한국인의 피를 타고 태어났으면 외국에 있었더라고 하더라도 애국자의 하나일 거라고 생각하는, 혹은 그러기를 요구하는 이 나라가 이상한 거다. 이상하다 못해 이 집단적인 광기에 가까운 유희가-그 글을 쓰고 댓글을 달고 자살 청원 서명을 했을 그들에게는 하나의 즐거운 유희에 지나지 않았을 게 뻔하다. 네티즌은 대부분 그렇다- 너무나 두렵다. 너무나 두려워서 나는 이 나라가 싫어졌다.
 생각의 다양성이라는 것 역시 존재하고 모든 사람이 같은 관점으로 하나의 현상을 볼 수도 없는 법인데.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 제시를 위한 인터넷은 어느새 하나의 의견으로 전부가 휩쓸려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전체주의와 다를게 없다고 본다.




 조금만 더 견뎌줬으면, 싶기도 하고. 아마 출국이 어떤 무리수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조금 들긴 하지만. 어쨌던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런 사실을 다 제치고서 나는 박재범이라는 한 가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한 사람이었으니까.
 



Posted by 달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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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umble 2009. 7. 9. 16:55



이사는 완료. 이래저래 정신없는 나날입니다.
시간은 좀 있긴 한데 글 쓸 정신이 없고...ㅋㅋㅋ..하긴 수능이 100일 조금 더 남은 판에 정신이 제대로 남아있으면 그게 더 웃긴 거 아닌가 싶긴 하지만요. 여하튼.


 사실 여전히 쓰고 싶은 건 많아요. 언제나 많지! 생각만 많고 정작 손 끝에서 풀어내진 못하고 있어서 좀 답답하긴 합니당. 으휴... 그나마 일기 쓰던 것도 요즘은 못 쓰고 있네요 ㅠㅠㅠ 이사 하면서 일기장이 어디있는지 까먹었어 으앙ㅠㅠㅠㅠㅠ
 그것보다 아무것도 업뎃하지 않는데 하루에 10명씩이나! 온 게 전 더 신기하다고...Aㅏ........................



 이사한 곳은, 방은 전보다 조금 좁아진 느낌이긴 하지만 그럭저럭 괜찮아요. 34층이라서 전망도 좋은 편이고...(그렇다고 해도 전 아래를 내려다보거나 그런 짓은 못합니다만 ㅠㅠㅠ 날 좋으면 코엑스도 잘 보여요~) 그냥 아늑한 나만의 아지트! 라는 느낌이 조금 더 강해져서 좋습니당. 여태까진 동생들 과외도 제 방에서 헀었는데 이젠 그럴 이유가 없어져서 그건 좋아요..헤헤.
 단점은 좀 어둡다는 거? 스탠드 켜는 거 정말 싫어하는데 안 켜고서는 버틸 수가 없을 것 같아서 ㅠㅠ힝.
 

 수능 후의 계획에 개인홈 만드는 게 들어갔습니당... 물론 S양과 같이 하던 트윈홈이 있긴 한데 워낙 홈페이지 성격상 제 오덕라이프를 죄다 늘어놓을 수는 없는 일이라 그 안에 소메뉴로 제 홈을 따로 넣던지 아니면 제가 만들어서 따로 운영하던지- 이지만요. 아마도 현재의 관심사가 계속된다면 보컬로이드/우타이테랑 자캐커뮷, 그리고 성우에 인형 정도... 써놓고보니 뭐가 더럽게 많네요?
 거봐...이걸 그 홈에다 쓸 순 없다니까...HA........

:-0 .. 하여튼...아 ... 노래방 혼자 가고 싶어요. 아니면 같이 가실 오덕 분들(특히 보덕 분들) 구합니당 ㅠㅠㅠ아... .일반인분들이랑 가서는 도저히 일본 노래 번호를 누르고 예약을 누를 용기가 나질 않아여....왜냐면 전 밖에선 소중한 일코 중이거든...하...


8월 중순께에는 아마 집에 혼자 남아있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아마가 아니라 100%이기도 하고... 집 구조상 제 방에 누가 몰래 들어온다고 해도 ㅋㅋㅋㅋ아무도 모를 구조긴 하고 ㅋㅋㅋ 해서 아마 제가 몰래 집을 탈출하거나 누굴 들이거나...할 것 같습니당. 그 즈음으로 해서 만날 분들 다 만나고..그러고 싶네요.. 수능 100일도 안남았을 시점일텐데 잘 하는 짓이다! 이왕지사 그 때에 좀 늦은 100일주를 마시는 것도...괜찮을 지도요?ㅋㅋㅋㅋㅋ공부는 안하고 이딴것만 챙기고 있지.




 오랜만에 와서 쓰니까 이것저것 주절주절거리다 가게 되는근영....ㅎ.... 당분간 또 잠수 타겠습니다~ 글 쓰면 가지고 올게요. 쓰면, 쓰면.


Posted by 달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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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umble 2009. 4. 27. 17:54



 이렇게 쓰고싶은 것만 많아져서 어떡할래. 가면 갈수록 팬픽에서는 한계를 느낀다. 뭐라고 해야 할까, 그런걸- 내 마음대로 캐릭터가 움직여주질 않아? 그 인물에 대해서 나름대로 분석한 성격이 다른 사람과 맞지 않으면 공감을 이끌어내기 힘든 점도 그렇고-미묘한 현실감에 집착하는 나는 여러가지로 좀 곤란한 점이 없잖아 있다. 그런 주제에 판타지에 환장하는 건 뭐냐?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지독한 에고이스트라는 것 때문이겠지만. 내가 '만들어낸' 아이들은 다 나의 일부분이고, 나의 조각이다. 그렇게 만들어 놓질 않으면 내가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어. 제멋대로 튀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움직여주질 않는다. 내 손도 멎어 버리고. 그 안에 감정을 담아낼 수가 없다. 남의 감정, 남의 기분. 어떻게 아냐고. 지레짐작으로 내가 그때 그랬으니 저 사람도 그럴 것이라고 간단하게 생각할 수가 없다. 나는 그렇게 할 수가 없어. 내가 그렇게 생각했어도 저 사람은 아닐 수도 있다는 걸 뻔히 아는데 덮어두고 일반화하는 건 내가 내키질 않아. 그러니 오롯한 내 세계 속의 이야기에서 움직이는 이들은 하나하나가 '나' 고 그 세계가 '나'다.

 사건의 전개보다는 감정이 더 중요해. 그래서 사실 3인칭 관찰자 시점은 너무 어색하고 버겁다. 이건 어쩌면 내 생활 패턴과도 관련이 있을 지 모른다고 막연하게 느낀 적은 있었다. 정말로 아무런 굴곡도 없이, 변화도 없이 시간을 보내기만 하고 있으니까. 물론 하루하루 그날 닥친 거 끝내고 나면 시간이 없는 것도 있겠지만 학교에서조차 내 주변은 평온하다. 아무런 트러블도 일어나지 않고 그 어떤 사건도 일어나질 않는다. '사건'이나 '상황'의 풍부함이 애초에 결여되어 있어. 그건 어렸을 때 부터 계속 그래왔다. 내 인생엔 무언가 특별한 일 같은건 그닥 존재하지 않는다. 뇌리에 뚜렷하게 남을 기억이라는 것도 그다지, 존재하지 않고. 그래서 언제나 혼자 빙빙 돌고 있었던 건 내 머리밖에 없었다.
 아니, 사실 뭐가 먼저인지 모르겠다. 내가 나 자신에게밖에 관심을 가질 수 없는 인간이라 내 주변이 모두 평온하고 별 일 없이 흘러오게 된 건지, 아니면 내 주변이 너무나 조용하고 평온해서 내가 내 자신 속으로만 파고들고 또 파고들게 된 건지. 

 
 내게 있어서 의미가 있는 감정의 교류를 한 이가 얼마나 되던가. 그래왔었다고 믿고 있었을 뿐 아닌 사람도 있을 게 분명하지. 




 
 이대로라면 절대 자라고 싶지 않다. 뭐가 더 남았을까. 뭘 더 겪어야 하는 거지. 나는 이대로 내 속내같은 거 드러내지 않고 방긋방긋 웃는 데에만 익숙해 질 게 뻔하다. 어느 시기인가를 기점으로 나는 더이상 주변 사람들에게 '어려운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는다. 그냥 가볍게 가볍게 지나가도 되는 사람. 느긋하고, 쉬운.
 내가 변한 걸까? 천만에. 본질은 그대로다. 죽고싶다는 말 같은 거 이제는 꺼내지 않지만 나는 알고 있다. 언제라도 준비는 되어 있어. 전혀 밝지도 않고 부정적인 데다가 음험하고- 단순한 쾌락에 너무도 쉽게 이끌리며 속으로는 비웃으면서도 나는 언제나 네 편이라고 위선을 떨 수 있는. 잔뜩 비틀리고 열등감과 시기심에 울분을 토하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그런 데 관심조차 없는 척. 질이 더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예전에는 그런 것들을 숨길 수 없어서 온 몸으로 다가오지 마, 건드리지 마를 외치고 있었지만 나는 이제 너무나도, 가뿐히. 숨길 수 있어.

 이런 나여도 괜찮은 거냐고 목구멍까지 턱턱 올라오는 말을 몇번이나 내리눌렀지. 나는 착하지 않다고. 나는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좋은 사람도 아니고- 언제라도 당신들을 비웃으며 내버릴 수 있다고. 약하고 여린 사람에게는 손길을 내밀었다가 어느 날 수틀리면 아무렇지 않게 연락 끊어버리고- 그러지 말라면서 매달리는 걸 보면서 좋아하는 게 나라고.






 구역질이 난다. 착한 척 하는 겉 가죽이라도 계속 뒤집어 쓰고 있으면, 정말 그 가죽에 조금이라도- 내가 늘어붙을 수 있는 걸까.


Posted by 달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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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420

Grumble 2009. 4. 20. 23:23



 적어도, 내게 있어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당연한 이야기다. '나'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 '나'의 생각, '나'의 주관, '나'의 감정. 나의 잣대, 나의 취향, 나의 흥미. 내 임의대로 세상을 재단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내 세계에선 내가 최고다. 그러니 모든 선택의 기준은 '나'여야 한다.  나의 고민, 투정. 이런것들이 남의 세계에선 하찮은 것일지라도 내게는 너무나 크다. 나는, 나 자신과 대면하기도 벅차다.


  내게 있어 최대한의 만족을 끌어내기 위한 선결 조건은 다른 것이 아니라 '나'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 '나'는 무엇을 원하고, 무엇이 싫으며, 또 어떻게 하고 싶은지- 에 대한 파악이 필요하다. 기분 가는 대로 하면 되지, 라고 한다면 나는 멍해질 수 밖에 없다. 그게 뭔데?
 매사에 무덤덤해져버린 기분이다. 그냥, 무릎을 때리면 당연하게 튀어오르는 다리처럼- 그냥 그런 거다. 어라, 튀어올라 버렸네. 랄까. 화도, 난처함도, 기쁨도, 슬픔도. 마치 정형화된 공식을 따라 움직이는 기분이다. 일상이란 건 그렇다- 내게 있어서.


 그래서 나는 계속 이리저리 떠돌아 다니면서 새로운 흥밋거리를 찾는 거겠지. 여태까지 내가 관찰한 나는 그렇다. 지겨운 건 싫어, 일상이 되어버린 일탈같은 건 의미가 없다. 그렇게 자극을 찾아 헤매고 헤매고 또 헤매고. 나는 모든 것에 만족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그 어떤 것에도 만족하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매번 허덕이고 있어.
 모자르지 않은 애정에도 더 많은 애정을 갈구하고, 허덕이고- 외로워하고. 아직도 부족하기 짝이 없는데도 또다른 나는 넌 이미 충분히 가졌으니 욕심을 접고 입을 다물라 한다. 나는 지금 이 위치에서 너무나 힘들고 짜증이 나는데, 넌 그래도 남보다 높은 곳에 서 있으니 나는 내 입을 막고 주변이 내 입을 막는다. 나조차도 나의 아픔을 이해하지 않는다.

 
 남들보다 비교적, 이라는 게 무슨 소용일까. 나는 힘들어. 시간이 지나면 다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된다고? 지금 당장 힘들어 숨이 가쁜 사람에게 언젠가는 나아질 테니 참아봐, 라고 해 봤자. 내가 남들보다 높은 곳에 있고 많이 가진게 죄인가? 그런 사람은 나름의 이유로 힘들어할 권리도 없어?
 그렇지만 나는 이게 배부른 소리다, 라고 이미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는걸.



 배운대로라면, 아마도- 배부른 소리다, 라고 말하는 내가 옳은 거겠지. 아마도 그럴 거다. 세상이 그렇게 말하고 책이 그렇게 말했다. 아마도, 옳을 테지만. 나는 왜 가면 갈수록 숨이 막힐까. 그렇게 사는게 옳대서 그렇게 살려고 날 누르고 누르고 또 누르고 있는데 왜 편해지지 않는걸까, 행복해지지 않는걸까. 그렇다면 나는 내가 힘들다고, 나는 이걸 원한다고 당당히 말해야 하나?
 하지만 그렇다면 이제는 세상이 손가락질 할 테다. 주변이, 사람들이. 그리고 쓸데없는 윤리관이. 그걸 내가 견딜 수 있나? 그렇게 되고서도- 행복해 할 수 있나.


 왜 행복해질 수 없는걸까. 행복이 뭘까. 나는 왜 매번 이렇게 불만족스러워하고 혼자서 괴로워할까. 남들이 보기에는 같잖은 소리로밖에 여겨지지 않을 고민들을 왜 매번 반복하고 있는 걸까. 남들도 나와 같아, 다들 힘들어- 라는 말 같은 거. 위로가 되지 않아. 나는, 내 세계를 살고 있는데. 남이 나만큼 아프다고 해서 내가 덜 아픈 것이 아니고, 나보다 더 아프다고 해서 내가 아프지 않은 게 아니야.



 나는 벅차다. 모든 것이 힘들고 벅차. 남에게 매달려 투정부리는 것도 힘들고 모든걸 안으로 그러모아 혼자 삭히는 것도 버겁다. 내가 약하다는 사실을 까발리는 것도 싫지만 강한 척 모든 걸 감내하기도 싫어. 이것도 저것도 선택하지 못하는 내가 싫지만 그만큼 나 자신이 사랑스러워 미쳐버릴 것 같다. 착한 척 하는 것도 싫지만 손가락질 받는 것도 죽을만큼 싫어. 남이 내게 간섭하고 신경쓰는 것, 내게 뭔갈 기대하는 것 따위 진절머리나게 싫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건 싫어.




 힘들다. 벅차다. 하지만 괜찮다.

Posted by 달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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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르겐 라인하트

Grumble 2009. 4. 3. 00:44












1. 이름, 나이 

 유르겐 라인하트 / 29

2. 국적

 독일


3. 외모 (글: 최대한 자세히 설명 / 그림 : 허리 위 ~ 전신)

 전형적인 게르만인의 외모입니다. 얼굴 선 자체는 섬세한 편이지만 왠지 엄격함이 느껴져 함부로 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금발의 머리카락을 단정한 컷으로 잘라서 목덜미가 살짝 드러날 정도로 다듬어 놓았습니다. 앞머리는 왼쪽 가르마로 해서 살짝 흐트러진 듯한 느낌으로- 눈썹을 덮는 정도입니다. 눈은 약간 탁한 블루(혹은 그레이블루)이며 렌즈는 체질상 낄 수가 없어서 안경을 착용합니다. 얇은 은테의 가벼운 안경을 선호하며 시력은 심하게 나쁜 편은 아니지만 오래 문서를 봐야 하는 업무 특성상 눈이 피로해지기 때문에 상시 착용중입니다.
 키는 183, 몸무게는 72. 근육이 붙은 몸은 아니지만 게으르고 나태한 게 싫어 꾸준히 운동을 한두가지씩은 해 온 탓에 체력은 좋습니다.

+) 추후에 그림 첨부 예정입니다.


4. 성격 (최대한 자세히 설명)

 원리원칙주의자-이지만 보통은 일에 한정된 것으로 실생활에서는 여유와 느긋함(나태함이 아닙니다-따라서 쉰다고 해도 운동을 한다거나 독서를 하는 식으로 보냅니다-)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물론 일에 있어서는 완벽함을 추구해 맡은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지독한 스트레스에 시달립니다. 인상은 엄격하지만 기본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친절함을 지니고 있으며 나이가 어리다고 해도 경어는 꼭 사용합니다. 다만 분명 친절하게 구는 건데도 다른 사람은 그걸 무서워(?)하기도 한다는 것.
  흔치 않은 대가족 출신이라 '자기 것' 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독립한 이후에는 사람이 됐건 뭐가 됐건 제 것에 대한 집착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망가져도 고쳐쓰고 버리지 않는 탓에 의도치 않게 구두쇠란 소릴 듣고 있습니다만 사실 지름신이 주기적으로 강림하고 있습니다.

 첫인상이 어려워 보이는 탓에 여자고 남자고 쉽게 접근해오질 못합니다. 따라서 연애경험은 전무. 하지만 주변에서는 인기 많을거라고 생각해 단순히 동경만 하고 있습니다. 다들 지레짐작으로 도망가버린 탓이죠. 그렇다고 제가 먼저 손 내밀 타입은 아닌지라 (내밀어도 번번히 오해받고) 제자리 걸음 중입니다.
 딱히 상처받은 기억도 없지만, 그렇다고 죽을만큼 행복하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습니다.

 

5. 취미/특기 (없다면 안써도 무방)

 독서. 집에서 서재가 제일 클 정도로 책을 좋아합니다. 수집벽도 있어서 책은 꼭꼭 사서 모읍니다. 종이가 좋은 것과 같은 맥락에서 그림도 굉장히 좋아합니다. 역시 수집 대상.
 특기는 이것저것 한 탓에 할 줄 아는 건 많지만 전부 다 평균 이상이지 뛰어나게 잘 하는 건 없습니다(언어 빼고)
 

6. 그외의 것들 (특징적인 것, 알아줬으면 하는 것)
 
 종이의 사각거리는 느낌이 좋아서 전자기기를 비교적 덜 사용하는 편입니다. 따라서 반듯한 글씨와 깔끔한 문서정리가 특기.  E-mail 보다는 편지가 좋다고 생각해서 주 거래 대상에게 보내는 연하장만은 제 손으로 꼬박 쓰고 있습니다.
 집안 자체가 좋은 것도 있지만 본인의 어학능력이 뛰어나 (7개국어를 쓸 수 있습니다. 영어, 스페인어, 독어, 프랑스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현재 집안 소유의 기업에서 국제 관련 업무를 도맡아 보고 있습니다. 교섭이나 M&A가 주요 분야.

 

Posted by 달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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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데이

Grumble 2009. 3. 15. 23:21





 우리 나이대의 연애란 것은 대개가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라기 보다는 적당한 데이트메이트를 찾는 것, 혹은 남에게 보여줄만한 [장식]을 찾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자연스러운 만남이 아닌 '소개'라는 루트를 통한 것이니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라고 그 보편적인 일들과 다를 건 없었다. 그건 그녀석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서로에겐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상대였지만 그게 외부의 시선 문제가 되었을 때에는 달랐다. 뭐 어쨌던 나는 누가 아깝네 누가 별로네 하는 소리따위 듣기 싫었고 녀석도 동의했다. 나는 언제나 그에게 모자란 사람이었고 그도 내겐 부족한 사람이었다. 우린 그걸 잘 알았다.


 나는 연애감정같은 거, 믿지 않았다. 믿어본 적이 없었다. 나는 지독하게 이성적인 사람이었고 - 혹은 그렇게 행동하려고 노력했고 - 말로,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따위 한 철 놀음이고 소모적인 행위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효용. 그것만 따지고 있었다. 누군가가 보고싶다고 느껴본 적도 없었다. 혈육조차 그리워하지 않는 나였다. 혼자가 둘인 것보다 편하고 좋았다(지금도 그건 마찬가지다.) 이런 나를 녀석은 그저 내버려뒀다. 바꾸려 들지 않았다. 그게 너지, 라고 말하면서. 내가 힘들 때에만 찾고 칭얼거려도 그러려니 해 줬다. 그래서, 녀석은 내게 있어서 괜찮은 놈. 좋은 녀석. 그게 다였다.
 하지만 지금은. 누군가가 옆에 있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니, 보고싶다. 있어줬음 좋겠다.




 작은 상자를 받았다. 이틀간 경비실에 맡겨져 있던 상자였다. 주소는 낯선 언어로 쓰여 있었다. 그럴 리 없다면서 상자를 열었고 나는 작은 쪽지와 막대사탕 세개, 평범한 은색 줄에 매달린 평범한 두개의 반지를 받았다. 쪽지에는 남자애답지 않게 정갈한 글씨로- 나보다 글씨를 잘 썼었다 - 소소한 근황과 몇 가지를 당부하는 말들이 쓰여 있었다. 반지는 나중에 대학 갔을 때 내가 한국에 가면 그때 돌려줘. 사탕은 많이 먹으면 이빨 썩으니까 그것만 먹어. 보고싶어.
 별 말 없이 외국으로 녀석을 보내고 (그 전에 헤어졌지만) 났을 때에도 울지 않았는데. 난 뭐가 그렇게 서러웠던 걸까.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나서 이제는 별 기억도 나질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끝을 잡아당기니 주렁주렁 딸려나오는 기억들은 너무너무 생생했다.



 작년 화이트데이에 나는 처음으로, 가족 아닌 남자에게- 혹은 친구 아닌 남자에게 사탕을 받았다. 막대사탕 여러 개를 엮어 만든 다발 같은 거였는데- 보통 여자애들이었다면 먹기 아깝다고 장식해놨었겠지만 나는 그 자리에서 냉큼 하나를 뽑아 맛있게 먹었고, 어이없다는 표정을 하고 웃고있는 녀석의 입에도 냉큼 하나를 까서 물려줬다. 한 20개는 됐던 것 같았는데- 우리는 그 자리에서 다섯개씩 사이좋게 해치워 버렸다.
 그때 뭐랬던가. 녀석은 내 입술이 폭신폭신해 보여서 맘에 든다고 했다. 사탕 물고 있는 게 귀엽다고. 나는 어이없어하면서 비웃었고-동시에 매우 쪽팔려했다- 그날 나는 첫키스를 했다. 그래서 내 첫키스는, 츄파츕스 5개분의 느낌이었다.
 만성빈혈 때문에 창백한 편인 내 얼굴은 드물게 새빨개졌고 녀석도 가무잡잡했던 편인 얼굴이 벌겋게 되어 있었다. 잠시동안 어색하게 아무 말도 안했지만 우리는 이내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뒤집어지도록 웃었다.




 이상한 기분이다. 현수는, 내게 잊지 못할 화이트데이를 두번이나 안겨줬다. 나는 이 반지의 의미가 뭔지 잘 모르겠다, 사실. 오기 전에 차마 건네주지 못했었다던 그 반지. 이게 정리를 뜻하는 건지 아니면 새로운 약속인지. 나에게 맡기겠다는 건지. 내게 온 것은 크기가 다른 두개의 반지였으니까.
 나는 내가, 매우 평범한 삶을 살 거라고 생각했다. 소설같은 연애, 드라마에서 볼 것 같은 감정의 흐름 같은거 내가 겪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고 그냥 별 질곡 없이 흐를 뿐인 인생을 사는 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닐지도 모르게 되었다. 아마 그 외국에서, 다시는 오지 않을 녀석일지도 모르지만. 그렇지만 나는 이미 매우 소중한 추억을 선물받았다. 아마 생각보다 더 좋아했었는지도 몰랐다. 분명 애정을 받을 만큼 받고 자랐어도, 나는 언제나 애정에 허덕였다. 관심을 바랬고 누군가가 품어주길 바라면서 기댈 곳을 찾았다. 넉넉한 현수는 그래서, 좋았다. 어디서나 어른스럽고 속 깊은 첫째, 학생, 그리고 나여야 했는데 현수 앞에서는 그러지 않아도 됐다. 힘들어, 그러면 괜찮아. 하고 토닥여줄 사람이었으니까. 아, 나 정말 생각보다 더. 내가 느꼈던 것보다 더 좋아했구나.





 지칠 정도로 울었지만, 슬프지는 않았다.



Posted by 달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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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312

Grumble 2009. 3. 12. 17:29



 언제나 가장 현명한 것은-혹은 못해도 중간은 가는 선택은- 바로 눈 앞의 것들만 보고 달리는 거다.
괜히 그 뒤를 보고 어물쩍거리다가는 이도저도 아니게 되니까. 모의고사가 끝나자마자 축 늘어져서 의욕상실 상태가 되어버린 나를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이러면 어떡하지, 저러면 어떡하지. 그게 뭐 어쩌라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가지고 고민할 만큼의 여유는 없다. 바로 앞의 일. 바로 눈 앞에 쌓인 '해야할 일'들을 하나하나 해치우다 보면 언젠가는 뭐던 되겠지.

 하지만 몸에 밴 나태라는 것은 생각보다 끈질긴 것이라서 쉽게 떨어져나가질 않는다. 푹신한 이불에 싸여 읽고싶은 것만 잔뜩 읽고싶은 이 욕구를 잠재우는 것은 제법 힘들다. 히키코모리가 되고 싶은 심정. 아침에 일어나는 것, 움직이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귀찮고 번거롭다. 그래도 움직여야 하니까. 어쩌겠어.


 결과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실수로 틀린 게 5점이나 차지한다는 걸 생각해도 봐줄만 한 점수다. 사탐이야 박살났다고 해도 등급컷을 따지자면 재앙일 정도는 아니니 괜찮은 거고. 하지만 안심해서는 안된다는 건 잘 안다. 마음 놓지 말자.




 말이라는 건 어디서나 잘 와전되고 나를 보는 시선 역시도 그닥 곱지 않다는 걸 알고- 더불어서 1등부터 4등까지의 점수가 그닥 차이가 나지 않는 탓에 서로 눈치를 보고 신경을 쓰는 그런 분위기가 너무 싫다. 여자애들 특유의 그 눈치보고 깎아내리고. 싫어 진짜. 걍 자기가 할만큼 해서 점수 받고 그게 다른 애보다 낮으면 아 내가 좀 덜했군 혹은 아 쟨 좀 많이하는구나 하면 되지 왜 쓸데없이 호승심에 제 살을 깎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니까 쓸데없이 내 뒷담화 까지 마세요. 나도 듣는 귀는 있으니까. 상관 없다. 이미 내가 그러건 말건 신경 안쓰는 친구들이 있으니까.



Posted by 달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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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umble 2009. 3. 8. 10:37


 끔찍한 꿈을 꿨다.
 나는 왜인지도 모르고 바퀴달린 물건을 경사가 70도는 될 것 같은 언덕 위로 밀고 있었다. - 근데 생각해보니 어느새 90도의 수직절벽이 되어있었지 - 겨우 꼭대기에 다 와서, 더이상 올라갈 수가 없어서 물건만 정상에 올려놓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끝없이 계속 계속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져 터지지는 않았지만 많이 다쳤다. 아팠다. 근데 그런 나를 누군가 끌고 갔고- 나는 몸을 팔아야 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반항도 하지 않았고 수긍했다. 그래야 하는군. 더러운 침대 하나 있는 방 안에서 멍하니 앉아서 들어오는 사람을 기다리는 게 내가 할 일이었다. 들어오는 사람들은 보통 임노동자거나- 뭐 그런 느낌이었다.


 나는 여전히 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밤에는 일을 하느라 잠을 잘 수 없었다. 너무 힘들었다. 그 생각만 났다. 언제 깼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제 집에 사촌언니네 아가가 왔었다. 귀여워. 돌이 채 안된 아가는 노래만 나오면 춤을 추고 딸기를 입에 물려주면 조금도 깨물지 못하면서 좋다고 웃고 재잘댄다. 귀엽다. 
 하지만 그 작은 아가조차도 애정을 받으려고 억지로 기침하는게 웃기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고.

 요즘 드는 생각이지만. 아기가 갖고 싶다. 입양 말고, 내 아기. 내 아기. 내 배에 품었다가 아파가면서 낳는 내 아이. 이유없이 사랑해줄 수 있는 내 아이. 나한테 사랑받으려고 애쓸 그 아이. 나 혼자 애를 낳을 수는 없으니까 결혼을 해야겠지. 내 아이에게는 번듯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
 남자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 남자의 아이라면 낳아도 좋아,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겠지. 

 아이가 갖고 싶다. 왜 혼자서는 애를 못 만드는 걸까.



  
Posted by 달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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