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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umble 2009. 2. 20. 16:27








1.



 사람에 대해서 함부로 판단하고 이렇다 저렇다 단정지어 말하는 건 당연히 힘든 일이다. 내 마음 하나도 제대로 몰라서 끙끙대는 게 사람인데 남을 어떻게 알아. 뭐 그래도 대강 감이 잡히는 것- 정도로 짐작하는 건 어느정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감정도 표정도 전부 다 속일 수 있는데 (일단 나만 해도  그러니까) 그걸 어디까지 믿고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는지는 내게 달려 있는거다.






 
 인간관계에서 미련을 버리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되는 길. 그러니까 

니들이 내 진심을 알던 말던 그건 내 소관이 아니고 날 좋아하고 말고도 니들 맘에 달린거지 내가 어쩔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 그니까 나는 내가 하고싶은 대로,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살련다. 
 
 이런 마인드를 택하면 대신 잃는 게 있다는 걸 깨달았달까. 물론 저렇게 살게 되면 마음은 무지 편하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했고, 하고싶은 만큼 행했으니까. 나는 내 행동으로 일어난 부분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면 되는거지 그 이상의 일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내가 명백히 잘못해서,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한거라면 당연히 사과해야 하지만 나는 그럴 의도도 없었고, 명백히 잘못한 것도 아닌데 그쪽에서 그렇게 받아들인 거라면 나는 사과할 이유가 없잖아? 당연한 거다. 그건 그 쪽이 마음을 다스리는 것에 관련된 거지.
 아, 물론 이렇게 직접 얘기하진 않는다. 재수털리잖아. 다만 사과를 한다고 해도 진심일 리가 없다.

그래? 그랬구나 미안해. (그런데 나는 별로 이해는 안가는구나 네 문제잖아.)

 그리고 내가 진짜 악한 마음을 먹었거나 재수없는 인간이 아니면 어떻게던 알아주는 사람은 있으니까. 흥, 알아달라 알아달라 맘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을 이윤 없다. 내가 입 밖으로 꺼내서, 알아줘, 라고 말하면 모를까 알아달라고 말한 적도 없으면서 속으로 끙끙 앓는건 병신 짓이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상대방의 과실이다. 명백히.

 
 그래, 사실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된 건 고등학교 와서 겪었던 몇 가지 일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 소문만 듣고 날 싫어했지만 내가 진짜 그런 인간이 아닌 이상 내 언행이 그렇게 나올리가 없잖아. ㄱ-....... 그 때 받았던 문자가, 뭐였더라. 여태까지 오해해서 미안해- 였던가. 독특한 경험이었다. 그런 경험같은 거, 해 본적 없었으니까. 2학기 때에는 반 전체, 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다 같이 잘 놀았고.
 2학년때 올라와서는 절대로 흔들리지 않을 친구들을 얻었고 그닥 친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누군가가 '걔는 그럴 애가 아니다' 라고 말해줬다는 걸 듣게 됐고.

 그래서 고등학교 2년동안은 그 누구와도 싸우지 않고 지낼 수 있었다. 맘에 안들면 맘에 안드는대로. 신경쓰지 않으면 그만이니까. 거부하지도 않고 억지로 다가가려 하지도 않고. 물론 그냥 인간적으로 '싫은' 애들도 있었지만 (돌고래의 음역을 넘나드는 귀곡성이라던가 시종일관 썩소인 표정이라던가) 굳이 마찰을 일으키지 않고, 유하게 흘러가면 될 것을.


 사실 아직도 이 방식은 맘에 든다. 이렇게 마음먹고 나서는 바깥의 '타인'을 대하는 게 어렵지 않다. 나는 그렇게 나쁜 인간이 아니니까. 그렇다고 내가 매력 만점인 건 아니니까 모두가 날 좋아하는 건 당연히 불가능 한 거고. 이렇게 생각하니 편했다. 편하다.
  그렇지만 그게 통하지 않는 케이스도 있다는 걸 알았다고 해야 할까. 저런 방식의 크나큰 맹점이라면. 맹점이겠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인정하지 않는 건 슬프고 짜증나고. 아무리 초연해지려고 해도 그렇게 될 수가 없는데. 가족이 그렇고 이제는 [내 사람]이라고 인정해버린 몇몇이 그렇지. 초연할 수 있는 건 그들이 나와는 관계 없는, 그저 인연이 닿아서 알고 지내게 된 '타인'이기 때문인 거니까. 누군가가 좋으면 바라게 되는 건 당연하지. 
 그리고, 나는 저렇게 사는 방식을 택한 대신에 더이상 누군가를 깊숙히 내 안으로 들이기는 힘들테지. 애초에 타인이라고 선을 딱 그어놨는데. 가장 안쪽만큼은 절대 보여주지도 않고 내보이지도 않고. 힘들다는 말도 꺼내지 않고 그저 방싯방싯 웃으면서 좋은 사람인 양 그렇게 구는 거다. 혹은 무심하게, 그냥. 그렇게. 그게 편하니까.


 후회는 별로 없다. 사실 내 손에 꼭 쥐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 몇명의 사람들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으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날 버리지 않아줄 거라고 믿고 있기도 한거고. 그래서 쉽게 투정도 부리고 짜증도 내고, 울기도 하고. 그런거다. 
 그런 사람들에게서 배신당한다면 진짜 죽고싶겠지만. 그렇게 되게 두지도 않을 거고 그렇게 되지도 않을 거야! 믿으니까.
 물론 영악한 내 머리는 백퍼센트 믿지 말라고, 그건 위험 부담이 너무 크고 그러다간 자칫 크게 데일 거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이렇게 살련다.

  





2.
 
 최승현과 권지용 중 누가 더 좋냐? 라고 물어보면 나는 할 말이 없다. 애초에 두명에게 자의적으로 부여한 의미 자체가 다르니까. 명백히 다르다. 크기의 문제가 아니다. cm와 초 단위를 주고 누가 더 많아, 혹은 커? 라고 물어본다면 그걸 어떻게 대답해. 당연히 못하는 거다.

 감정적인 면에 있어서는, 사실 최승현(물론 내 안의 이미지로 구축되어있는 '그'지만)쪽에 감응을 더 많이 한다. 물론 못하는 것도 있지. 나는 남의 일에 그렇게 자기 눈물콧물 다짜가며 감응하진 못한다. 되려 그런 사람 피곤해하는 쪽이라서. 비슷한 면이라면 혼자, 가만히 있게 되면 자기 안으로 계속계속 파고들어 가라앉아 버리는. 그런거. 사실 곡 분위기도 최승현 쪽의 분위기를 더 좋아한다. 그래서 오빠에 대해서는 세심한 신경을 쓰게 되는 게 많고-. 그렇다, 좀. 동생 생각이 나게 만들기도 하고 여러가지로.
 
지디는. 이렇게 말하면 좀 우습긴 한데.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뭐라고 이름붙여야 할 지도 모를 감정들이 뭉클뭉클 솟아오른다. 바로 뒤의 포스팅에 있는 사진들을 보자마자 나는 만지고 싶은 욕구를 강렬히 느꼈고 그게 불가능하단 것도 동시에 깨달아서 매우 화가 났다.
 지디는 그렇다. 내게 있어서 그렇다. 대개의 경우 나는 크게 화내지도 크게 슬퍼하지도, 그렇다고 무언갈 간절히 원하지도 않는 사람인데. 그걸 다 뒤엎어버리고 심지어는 분노하게 만든다. 저건 왜 닿지 않을까. 왜 저렇게 멀까. 그게 짜증난다. 왜일까.  
Posted by 달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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